[김강중 칼럼] 옥중(獄中)의 친구, K에게.
[김강중 칼럼] 옥중(獄中)의 친구, K에게.
  • 김강중 선임기자
  • 승인 2017.08.01 17:5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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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뿔도 녹인다는 삼복더위다. 무릎 통증 외에 건강하다니 안심이다.
옥중생활을 안 해 봤으니 그곳이 어떠한지 도통 가늠이 안 된다.
다만 오래 전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 부터 사색’을 읽은 적이 있다. 고인이 된 신 교수는 수감생활 중 가장 힘든 것이 더위라고 하더구나.
새장같은 공간에서 여러 명이 내뿜는 체온의 열기가 난로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에어컨이 있는 사회도 불쾌지수가 높아 짜증과 다툼이 많다. 그러니 그 곳 수형생활의 불편함이 오죽하랴 싶다.

모쪼록 마음을 추슬러 힘든 여름을 잘 이겨내길 바란다. 닷새면 가을을 알리는 입추다. 덧 없는 세월은 가을과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을 것이다. 고독을 매수하는 지혜로 잘 견뎠으면 한다. ‘화불단행’이라 했던가. 이혼과 재혼, 퇴직, 동생들의 사고사로 충격이 컸을 것이라 짐작된다.

돌아보면 삶의 고단함은 직장 동료나 배우자, 친인척, 친구 등 사람과의 갈등이 문제다.
이제는 화(火)를 누르고 명상과 성경 읽기에 열심이라니 안정을 찾은 듯싶다. 지난 날의 과오를 뉘우치고 ‘일체유심조’를 터득했다니 성찰의 힘을 키웠구나. 그 정도면 모범수가 다됐으니 가석방이라도 됐으면하는 기대를 갖는다.
그 곳도 공동체인만큼 혼자 있을 때는 마음의 흐름을 살피고 여럿이면 자신의 말과 행동을 잘 살폈으면 한다.

무거운 얘기가 됐구나. 먼저 대전의 소식을 전한다. 인형(가명)이가 갑자기 소천을 했다. 우려한 대로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신 탓이다. 거기에 우리도 알지 못하는 스트레스도 원인이 됐을 것이다. 인형이는 격의 없이 많은 추억을 나눈 친구였다. 갑작스런 간암 말기여서 서운함이 컸다. 너무 빨리 작별하고나니 허탈했다.
일주일 전 사십구재가 지났으니 다음생의 좋은 곳으로 갔을 것이다. 마음이 여리고 착한 친구여서 이런 믿음은 확고하다.

장례를 치르면서 헌병대 친구 청준이와 많이 울었다. 슬픔이 크다한들 불러도 대답 못하는 인형이 아픔만 못했을 것이다. 한 달 넘게 술로 달래봐도 여전히 허망하다.
추억을 나눈 만큼의 슬픔과 단절하는 아픔을 그때 알았다.
인형이를 보내면서 친구란 어떤 존재일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인생 2막을 준비할 나이에 친구란 과연 무엇일까. 이제 나이가 드는 것일까. 부모님이 세상을 뜨고 형제도 서너 명 떠났다. 아픈 친구들과 본인상(喪) 부음을 접하면 화들짝 놀랄 때가 많다. 그래서 인지 친구들 그리움도 커진다. 친구들 안부를 살갑게 물을 때면 내 자신의 심약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공감과 소통이 안 되는 친구는 막연한 친구일뿐이다. 좋은 친구란 배우자처럼 어디에선가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함께 노력하며 추억을 만들어가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부모, 형제 보다 오래 오·육십년을 함께 할 그런 사이인 것이다. 이처럼 ‘생사지명’이 비슷하다면 긴 여정의 동반자가 아닐까.
친구는 ‘또 다른 나’가 아닐까 싶다. 타산이 없고 믿음이 있어 좋다. 가족에게 사랑이 있다면 친구는 믿음과 배려가 있어 좋은 것이다.

여행을 가면 말동무, 술동무 글동무가 돼줘서 좋다. 삶에 지쳐 있으면 술 한 잔으로 서로의 마음을 달랠 수 있어 편하다. 말 없이 무거운 짐도 받아주는 것이 친구인 것이다.
인형이는 ‘기레기’로 폄하하는 세상이지만 기자친구를 둔 것을 대견해 했다. 내 글을 읽고나면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는 그런 친구였다.
궁금한 친구들 근황을 전한다. 나는 여전히 신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후배들이 퇴물이라고 놀린다. 뒷물에 밀리는 앞물의 신세를 실감한다.

그럴수록 지역의 현안과 쟁점, 대안을 놓고 무게 있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다. 그동안 책을 펴낼 만큼의 칼럼을 썼다. 독자들도 제법 많이 생겼다. 조횟수가 수천 명에 이르고 가끔 만 명을 넘길 때도 있다. 지력의 한계로 글쓰기가 고되고 마감 전날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네가 부재중이고 인형이도 가고 없으니 친구들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그저 동철이, 선형이 하고 운동을 한 번씩 한다.

동철이는 사업을 정리한 탓인지 건강이 안 좋은 모양이다. 머리가 어지럽고 구토가 나서 식사를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
서울의 큰 병원에서도 이유를 모른다하니 스트레스와 심리적인 요인이 아닐까 싶다. 만중이는 오랫만에 구천동에서 만났다. 많이 야위었으나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 한다. 너의 편지를 받고 답장을 못해줘서 많이 미안해 하더구나. 친구는 좀 잘못하고 서운해도 친구인 것이다.

친구야, 인생을 살아보니 슬픔과 고뇌의 연속이다. 그것을 알아 챈 이전과 이후가 있을 뿐, 삶 자체가 고해(苦海)다.
그저 좋은 친구 두세 명 두었다면 그것이 낙이고 위무하며 살 일이다. 또 마음이 가난하면 많은 것들이 선물이다.
노파심의 당부를 전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은 용서를 못하는 것이라 한다. 자신을 위해 미움도 버리고 많은 것을 내려놓을 때 마음이 고요해 진다.
폭염이 한풀 꺾이면 한 번 보도록 하자. 환경에 지배당하지 말고 늘 건강해라.[충남일보 김강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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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2017-08-16 16:48:16
거참...갑자기 허해지네
전화기 어디 있나?

2017-08-05 10:15:47
ㄱㅣ자님과 콩님도 화이팅

2017-08-05 07:24:18
이래서 좋아합니다 인간 냄세가 물신 김기자님
친구란 어떤 존재일까
안타깝고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