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축사 2곳중 1곳이 ‘무허가’
전국 축사 2곳중 1곳이 ‘무허가’
불법축사 6만190개 달해…하천·호수 분뇨로 '신음'
  • 김일환 기자
  • 승인 2017.05.25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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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축산농 이행강제금 등 비용 부담커 적법화 꺼려

소·돼지와 닭·오리를 키우는 축사의 절반 이상이 정화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무허가 시설로 드러났다.
하천과 호수 오염의 주범이자 각종 전염병 발병의 근원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전국의 축사 절반은 여전히 불량한 위생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제대로 된 정화조를 갖추지 않거나 축사와 축사 사이에 엉성하게 벽을 쌓고 지붕을 올려 가축을 키우고, 축사 처마를 길게 늘려 벽을 쌓아 창고로 쓰는 농가가 많다.

이런 축사는 건축물 자체가 불법일 뿐만 아니라 가축 전염병 발생 때 체계적인 방역이 어렵고 분뇨가 하천·호수로 무분별하게 유입되는지 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
정부는 가축분뇨법에 따라 내년 3월부터 이런 불법 축사를 사용 중지시키거나 폐쇄 조처할 계획이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무허가 축사 폐쇄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농민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적법화를 꺼려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방역에 힘을 쏟다보니 무허가 축사 적법화 사업에 신경을 못 썼다는 게 지자체의 설명이다. 축산농가는 무허가 축사를 부수거나 새로 짓는데 드는 부수적인 비용이 너무 많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무허가 축사는 전국적으로 6만190곳에 달한다. 전국 축산농가의 51.2%를 차지한다.

정부는 작년 5월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 사업에 착수했다. 위법하게 지은 축사를 허물고 새로 허가를 받아 짓거나 시설을 보완해 허가를 받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다.
적법화 붐을 조성하기 위한 유관기관 업무 협약이 체결되고 광역·기초자치단체 정책협의회가 열렸지만 정작 무허가 축사를 합법적인 축사로 전환한 농가는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무허가 축사를 합법화한 농가는 2600곳, 전체의 4.3%에 불과했다.

농가가 지출해야 할 측량비 지원이나 수백만 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 감액 등 이런저런 유인책을 마련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가축 사육이 많은 8개 도(道)의 적법화 비율은 경기가 9.6%로 가장 높고 전북 8.6%, 충남 6%, 경남 4.6%, 전남 4.1% 순이다. 충북과 경북은 각 2%, 강원은 1.7%로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친다.
축산농가의 불만도 크다. 무허가 축사를 적법화하려면 면적에 따라 다르기는 해도 수백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해야 한다. 무허가 면적을 확인하기 위한 측량비와 신축 설계비도 농가가 부담해야 한다.

무허가 축사 면적을 측량해 자진 신고하고 축산업 허가를 변경하기까지 행정적 절차도 복잡하다. 축산농민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보니 이런 절차를 밟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기 일쑤다.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는 환경 측면에서도 시급한 마무리해야 할 과제다.
건축법 위반이기도 하지만 무허가 축사는 정화되지 않은 분뇨를 하천과 호수로 흘려보내 수질과 토양 환경을 훼손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지난해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와 금강 상류 하천으로 폐수 등을 무단 방류해 적발된 환경법 위반 사례 88건 가운데 가축 분뇨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방류한 경우가 19건에 달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가 지연되지 않도록 자치단체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면서 “축사 폐쇄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적법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측량비나 설계비 등을 지원, 농가가 적법한 축사를 갖추도록 유도해줄 것”을 당부했다.[충남일보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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