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IMF의 ‘잃어버린 20년’ 경고
[한내국 칼럼] IMF의 ‘잃어버린 20년’ 경고
  •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7.02.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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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빠른 일본경제의 회복세와 절망으로 치닫는 한국경제 상황을 보면 자괴적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아베노믹스의 탄력으로 일자리까지 늘면서 탄력을 얻는 일본과 정반대 현상이 교차되는 이유때문이다.
최근 일본은행은 2017 회계연도(올해 4월 초∼내년 3월 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3%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또 2016년도 예상치도 1.0%에서 1.4%로 올려잡았다.

이렇듯 일본 경제는 2014년도에 마이너스 0.4%의 역성장을 했으나 2015년도에는 1.3% 성장으로 급반전했다.
2012년 12월 취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양적 완화’ 정책이 가시적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됐다.
고용 환경도 개선돼 일본의 실업률은 2012년 4.4%에서 2015년 3.4%로 떨어졌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도 탄탄한 편이다.

아베노믹스의 애초 성장률 목표가 연 2%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 완전한 성공이라고 하기는 이르지만 일본 경제의 흐름 자체는 우리와 상이하다.
일본의 상승안정세와는 정반대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한국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한국 경제는 매우 절망적이다.성장률 전망치가 새로 나올 때마다 하향 조정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한국은행이 1년 전 제시한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3.2%였다. 그러나 4차례나 하향 조정한 결과 현재의 전망치는 2.5%에 불과하다.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른 반면 한국 경제의 발걸음은 계속 느려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무엇보다 대통령 탄핵정국에 휩쓸린 것이 가장 큰 아킬레스다.
구심점을 잃은 한국경제의 현실은 대통령과 주력 대기업들이 모조리 최순실국정농단사건으로 함몰돼 있다. 더구나 정치권도 조기대선에 매몰돼 있는 등 아비규환이나 다름없는 회오리 속에 한국경제가 놓여 전망이 더욱 암울하다.
가계부채도 폭탄으로 다가오고 있고 안팎으로 어느 것 하나 녹녹한 것이 없다.
우리 경제의 체력이라 할 수 있는 잠재 성장률마저 이미 연 2%대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초반 주식과 부동산 시장 버블이 터지면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아베노믹스는 이런 장기 불황에서 탈출하려는 특단의 처방이었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20년 전의 일본과 많이 닮았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이 직면한 도전-일본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저출산 고령화에 의한 인구 감소, 성장 잠재력의 하락, 생산성 향상의 부진 등 최근 한국 경제의 상황이 20년 전 일본과 비슷하다는 게 골자였다. 보고서는 한국이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기업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양극화 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서(晉書) 왕융전(王戎傳)에는 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왕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왕융은 유유자적하며 인생을 즐기고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이러한 왕융이 일곱 살이었을 때의 일이다. 그는 동네의 아이들과 놀다가 문득 길가의 자두나무에 가지가 휘어지게 많은 자두가 달려있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은 그것을 따려고 앞다투어 그 나무로 달려갔으나 왕융만은 그 자리에 가만 있었다.

그 길을 가던 어떤 사람이 왕융에게 물었다. “얘야, 너는 왜 따러가지 않고 서 있는 거냐?”그러자 왕융은 “나무가 길 가에 있는데도 열매가 저렇게 많이 달려 있다는 것은 틀림없이 써서 먹지 못하는 자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그 자두를 따서 맛을 보니 과연 왕융의 말처럼 먹을 수 없는 것이었다.
길 옆의 쓴 자두나무라는 뜻(도방고리道傍苦李)은 버린 물건이나 무용지물을 비유한 말이다.

IMF의 지적은 과거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이 한국으로 옮겨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지금의 어려운 상황과 관련 우리가 잘못을 바꾸지 못하고 기회를 선용할 수 없는 나라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충남일보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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