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정부패 없는 사회 정착을 기대한다
[사설] 부정부패 없는 사회 정착을 기대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6.09.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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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 속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28일부터 시행됐다. 2011년 6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발의한 이후 5년여 만이다.
이 법은 온정주의와 연고주의가 뿌리 깊은 우리 사회의 청탁ㆍ접대ㆍ부조 문화와 인간관계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학연이나 지연, 혈연을 중심으로 한 배경이나 끈이 통하지 않는 맑은 사회를 향해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이 법의 적용 대상자는 공직자와 교원, 언론인과 그 가족 등 400만 명이지만 이들의 직무나 인적 네트워크의 범위가 넓어 사실상 국민의 생활 전반을 규율할 수밖에 없다.
처음 실시됐을 때 큰 충격이었던 금융실명제나 공직선거법보다 우리 사회에 훨씬 깊고 넓은 파장을 촉발할 것이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연줄을 통한 부정한 청탁’의 근절이다. 사적 이익을 위한 부패의 고리를 끊기 위해 돈과 향응을 주고받지 말 것이며, 밥자리 술자리에서 더치페이(각자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법 적용 대상자들이 직무와 관련된 사람에게 한 차례 100만 원 이하, 연간 300만 원 이하를 받으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2∼5배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동일인으로부터의 수수액이 한 차례 100만 원, 연간 300만 원을 넘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법 적용 대상자가 주고받을 음식물과 선물, 경조사비는 각각 3만 원-5만 원-10만 원이 상한이지만 이것도 직무 관련성이나 부정청탁의 소지가 있을 때는 불가능하다.
이 법은 이미 사회 전반에 작동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과거 국정감사 때 피감 기관으로부터 밥과 술을 접대받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26일 시작된 20대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이런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 공무원들은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에서 아예 외부인과 식사 약속 자체를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소통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회 분위기가 얼어붙다 보니 고급 음식점들이 문을 닫고, 화훼 농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골프장 매물이 쏟아지고,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 위축되는 등의 경제적 역풍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법 집행이 흔들려서는 안 되며, 제대로 뿌리 내리도록 처음부터 엄정하고 단호할 필요가 있다. 사회 전반의 거품 해소 과정에서 경제적 부작용이 있다면 그것은 별도의 대책으로 해결할 일이다.
다만 법의 모호성은 정리돼야 한다. 논란이 되는 것은 법 적용의 핵심인 대가성 판단과 관련된 ‘직무 연관성’이다. 이 부분이 너무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데다 직종에 따라 달리 적용될 수 있어 상당한 혼선이 예상된다.
 ‘사회 상규’도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판례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정부는 2018년에 이 법의 적정성 검토를 하기로 했다. 시행 과정에서 지적되는 문제점은 그때 가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선하면 된다. 국민의 과반은 우리 사회가 부패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지난해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우리나라는 56점으로 조사 대상 168개국 가운데 37위였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국가의 투명성과 청렴성이 크게 증진돼야 한다. 법 적용 대상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이 법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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