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三伏 더위에 대한 단상
[김강중 칼럼] 三伏 더위에 대한 단상
  • 김강중 선임기자
  • 승인 2016.08.23 16: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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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폭염이다.
올 여름 2000여 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해 16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더위에 노약자들이 전기 누진세 폭탄을 피해 한 푼을 아끼려다 목숨을 잃은 것이다.
필자도 이 정도 더위쯤하며 마음을 추스리며 견뎠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비정상과 몰상식은 체감더위를 더했다.
어이 없는 고관대작들의 막말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기요금 누진세 인식이다. 지난달 얼빠진 교육부 한 공무원이 국민을 개 돼지로 취급하면서 더위는 시작됐다.
그러더니 산자부 한 공무원은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때도 요금폭탄이 생긴다는 말은 과장’이라고 국민들을 나무랐다.
그는 또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4시간만 사용하면 월 10만 원을 넘지 않는다’면서 염장을 질러댔다.
여름내내 폭염과 열대야가 20여 일 이상 지속되면서 하루 4시간만 에어컨을 켜면서 견디는 일은 고통과 인내가 필요했다.
국민들은 이런 사정을 모르는 당신들도 4시간만 에어컨을 켜봐라는 여론이 비등했다.
1단계와 6단계의 차이가 11.7배나 되는 현행 누진제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가 힘들다. 주부, 젊은이들은 백화점, 영화관, 커피숍을 나돌며 더위를 피했다.
문제는 임산부와 영유아, 고령층 취약계층이 문제였다. 이들은 50, 60만 원이 넘는 요금이 걱정돼 불볕더위를 버티면서 기진맥진했다. 비싼 에어컨 사서 한 달 사용하는 이들에게 ‘합리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면 된다’는 탁상행정은 변죽처럼 들렸다.
다시 돌아가 보자. 지난해 정부는 금연을 들어 한 갑 391원(에쎄)에 수출하는 담배를 2000원이나 인상했다. 그러나 금연율이 제자리라면 담배값도 2000원 인하해야 옳지 않은가.
또 수년간 원유값이 내려 휘발유 값, 전기요금 인하요인이 발생했는데도 모르쇠하며 국민의 주머니를 털고도 송구함은 없다.
짚어보면 정부는 재벌과 부자들을 위해 재산세, 소득세, 법인세 등 직접세는 놔두고 간접세와 부가가치세만 올리고 있다.
지난해 담뱃세를 비롯 주민세, 자동차세 등을 줄줄이 인상했다. 이는 모두 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세목들이다.
서민증세가 이뿐일까. 망국의 4대강 사업으로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수자원공사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물값 인상할 조짐이다. 또 주세(酒稅)와 경유차에 대한 환경개선부담금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양한 감세정책으로 재벌과 부자들에게 이득을 안겨준 것에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지난해 10대 그룹 사내 유보금이 500조 원을 넘는데도 ‘서민증세 부자감세’의 흔들림은 없다.
되레 이번에도 누진제를 폐지할 경우 저소득층 부담이 늘고 부자감세란 논리를 들먹이고 있다.
이제 소득 수준이 높아져서 한 달에 전기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예컨대 300kWh를 넘는 가구가 1998년 5.8%에서 지난해 29.5%로 늘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력의 절반을 넘게 사용하는 기업의 에너지 소비는 눈감은 채 서민들에게만 희생과 책임을 강요하고 있다.
전체 전기 사용량에서 주택용이 차지하는 부분은 13%에 불과하다. 이마저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이하로 절전을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한전은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폭탄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런 고통을 받는 서민들은 그저 ‘봉’이요. 한낱 ‘호구’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사람들은 비전과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고 한다. 하루 8시간 열심 일해도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부귀재천(富貴在天)이라지만 70~80년대만해도 ‘작은 부자’는 될 수 있었다. 이런 믿음이 있었기에 베이비부머 세대는 그런대로의 삶을 살아왔다.
많이 일하지만 적은 수입 OECD 22위 국가의 우리 후대들은 ‘금수레’, ‘헬조선’을 비웃으며 ‘5포 세대’를 자처하고 있다.
청년실업 100만 명, 하우스 푸어 240만 명, 시름하는 540만 자영업자, 대졸 무직자가 330만 명에 달한다. 여기에 임계점에 달한 가계부채 1300조 원, 정부, 공공부채를 더하면 무려 4300조 원 달한다. 가히 부채공화국이다.
정리하면 양극화 심화, 청년 취업난과 비정규직 확대, 보육·주거·사교육비 증대와 저출산, 노인빈곤 악화 등 민생이 추락한 결과다.
무엇이 문제가 됐을까. 우리에게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인식을 했다면 이런 표현은 난무하지 않았을 터이다.
원인을 성찰하기는커녕 정부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국민 탓’을 하고 있다. 그것도 경축스런 광복절에 국민들을 대놓고 자기비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훈계했다. 
앞서 청와대에서 열린 여당 지도부 축하연에서 송로버섯, 삭스핀 등 성찬을 즐기면서 찔끔 전기료 6000원 인하를 논의했다.
조선 왕조에도 가뭄으로 기근이 들면 임금은 ‘과인의 부덕’으로 돌렸다. 또 수랏상 반찬을 줄이는 ‘감선령’을 내려 백성과 고통을 나눴다.
곧 더위가 물러가고 소슬바람이 불 것이다. 추석이 지나면 국회 국정감사도 시작될 것이다. 이 때 쯤 배를 받치고 있는 물과 같은 민심은 어떻게 변할 지 궁금하다.
전대미문의 뉴스가 국민들을 또 얼마나 놀라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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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관 2016-08-31 14:59:51
김강중 선임기자의 칼럼은 언제나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지적하여 독자의 가슴을 시원하게 합니다. 觀指不見月(관지불견월) 달은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